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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소말리아처럼 통제권을 잃고 표류하는 정권이 아닌 다음에야 오늘날 대다수의 국가들은 제게 허락된 영역 내에서 확고한 권력을 구가하고 있다. 심지어 몇몇 국가들은 합법적이지 않은 전쟁 등의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영향력을 배가시키려는 노력조차 하고 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국가가 오늘날처럼 견고한 형태였던 것은 아니다. 역사는 수많은 나라가 흥망성쇠를 거듭해오는 과정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저서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은 1884년 처음 씌어졌다. 책이 출판되기 한 해 전, 인류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마르크스는 사망했다. 그렇지만 저자는 이 책이 마르크스의 유언을 집행하는 것과도 같다 이야기했다. 두 인물을 서로 떼어내어 생각하는 게 불가능함을 고려한다면 그의 말은 옳을 것이다. 마르크스는 역사를 변증론의 시각에 입각해 바라보았다. 궁극적으로 인류는 진보하게 되어있다는 핑크빛 전망을 인류가 실현시켜 왔다고 보았다. 국가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낸 이 책 역시 마르크스의 일반적인 방식을 답습하고 있었다. 마르크스와 더불어 이 책을 가능케 한 인물이 하나 더 있다. 그의 이름은 루이스 H. 모건이다. 책에 의하면 모건은 전문 지식을 가지고 인류의 선사(先史)에 일정한 체계를 세우고자 노력한 최초의 인물이라고 한다. 모건은 야만, 미개 그리고 문명이라는 세 시기로 인류의 역사를 나누었다. 마르크스와 사용한 용어가 다르긴 하지만, 그의 사관은 마르크스의 사회해석 방식을 닮았다. 두 인물은 인류가 제게 주어진 역사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힘을 지녔다는 믿음을 지녔다는 점에서 같았다. 선사시대로부터 출발한 책은 가족을 다루는 데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였다. 야만-미개-문명의 단계는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우선적으로 살펴본 것은 혈연가족이다. 이 단계의 가족에서는 부모와 자녀 사이를 제외한 모두가 서로 부부로서 서로 간의 성교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저자는 상상이 힘든 만큼 야만의 단계에 속함이 분명한 이런 형태의 가족은 전멸했다고 보았다. 그러면서도 ‘폴리네시아 제도 어딘가’를 언급함으로써 저자는 가능성에 대한 고려를 멈추지 않았다. 아니, 혈연가족도 어쩌면 조금은 진보한 형태에 해당하는지 모르겠다. 굳이 부모와 자녀간의 성교를 배제해야만 한다는 법칙은 없을 터이니 말이다. 푸날루아 가족은 혈연가족보다 조금 더 나아간 형태의 가족이다. 부모와 자녀는 물론 형제 자매간의 성교도 금지된 형태로, 이전의 집단생활은 이 단계에서도 유지되었다. 다만 저자는 비슷한 연령대의 남녀가 같은 부모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성교를 자제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았다. 안 된다는 규칙 같은 것이 더딘 속도로 퍼져나갔을 것이란 추측이다. 또한 저자는 그 과정에서 씨족으로의 전화가 이뤄졌을 것으로 본다. 서로 결혼해서는 안 되는 모계 혈족자들 간의 근친상간을 막기 위한 규칙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전과 같은 군혼의 형태를 더는 유지할 수 없게 되었을 것이란 주장이다. 점점 더 좁아진 관계의 폭은 이제 남성과 여성에게 1:1에 가까운 관계를 요구한다. 아마도 여성의 임신, 출산 등으로 인해서 였을 듯, 남자에게는 계속해서 일부다처제에 가까운 관계의 유지가 허용된다. 그 결과 여성 부족현상이 대두되었고, 여성을 납치하거나 돈을 주고 구입하는 약탈혼, 매매혼 등이 발생하게 되었다. 여기서 좀더 남녀간의 결속이 강건해진 것이 바로 오늘날의 일부일처제 가족이다. 정조와 의리를 여성에게 요구함으로써 이 가족 하에서는 혈통이 분명한 아이를 얻는 데에 집착한다. 재산의 분배 역시 씨족 단위로, 남자가 죽으면 남자의 형제에게, 여자가 죽으면 여자의 형제에게 이루어지던 방식에서 제 직계가족에게 주는 방식으로 변모한다. 일반적인 가족의 형태를 다룬 후 저자는 각 단계의 가족들에 대해 세밀히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가장 앞부분을 차지한 것은 바로 이로쿼이 인과 그리스 인이었다. 씨족 형태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아테네라는 엄연한 국가로, 보다 오늘날을 살펴보자면 게르만 인의 국가 형성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는 씨족이 제거되고 그 빈 자리에 국가가 들어서는 과정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결국 문명이란 분업과 이 분업에 발생하는 개인들 간의 교환, 그리고 이 두 과정을 결합시키는 상품생산이 전면적으로 발전해 이전의 사회 전체에 변혁을 일으키는 사회 발전 단계이다.(p300) 다소 먼 길을 돌아온 듯한 이야기는 결국 마르크스의 유물론과의 만남에 성공한다. 혈연이 지역으로, 씨족이 국가로 변모하면서 일으키는 개개인이 맺은 관계의 변화가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관계가 과거보다 전적으로 이상적인 것은 아니다. 알겠지만 저자는 오늘날의 관계가 한 계급에 의한 다른 계급의 착취에 기반하고 있다 보았다.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 의해 억압당하는 이와 같은 관계는 진보가 좀더 거세어질수록 모순의 해결이라는 과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는 고대 씨족이 지닌 자유, 평등, 우애의 더 고양된 형태의 부활(p307)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미래에 대한 막연함만으로 견디어야 했던 과거에 비하면 분명 오늘날의 상황이 낫다 하겠다. 이미 정답은 우리가 오래 전 경험했던 역사 속에 살아 있기 때문이다. 야만이 야만이 아니었다. 저자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을 수도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과거로의 회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지울 수 있었다. 미개한 사회에는 어떠한 차별도 존재치 않았다. 미개보다는 물론 차원이 높을 것이란 기대감을 가진 채, 지금의 이 상황도 지나가리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국가의 억압을 넘어서고 온갖 차별을 일으키는 단위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회질서에 대한 희망을!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인류 역사의 최초의 발전 단계에 대한 과학적 분석서, 번역 완결판

마르크스주의의 기초 저작이자, 인류 역사 최초의 발전단계에 대한 분석서이다. 엥겔스의 이 책은 기존의 사회 이론에 큰 타격을 주면서 당시의 고대사회에 관한 이론적 공백을 메워 주었고 오늘날에도 사회학, 인류학, 고대사, 여성학, 경제학 등의 관련 분야의 연구자들이 읽어야 할 고전으로 남아 있다.

엥겔스는 이 책에서 원시공산주의 사회가 어떻게 생성되는지, 그 사회가 어떻게 인류 역사의 오랜 시기를 걸쳐 결정되는지, 최초의 계급 없는 사회가 어떻게 그 안에서 생긴 모순들에 의해 붕괴되는지, 그리고 원시공산주의 사회가 어떻게 사유재산의 힘에 의해, 계급과 국가의 형성을 통해 제거되는지를 밝히고 있다. 이번 번역판은 총 9장으로 구성된 엥겔스의 원전 완역판으로, 원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논문 세 편을 같이 실었다.


1884년 초판 서문
1891년 제4판 서문

1장 선사시대 문화의 단계들
2장 가족
3장 이로쿼이 인의 씨족
4족 그리스 인의 씨족
5장 아테네 국가의 씨족
6장 로마의 씨족과 국가
7장 켈트 인과 게르만 인의 씨족
8장 게르만 인의 국가 형성
9장 미개와 문명

부록
1.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에 대하여(요하임 헤르만)
2. 카를 마르크스의 「모건의 저서 고대사회의 발췌」에 대하여(로렌스 크래더)
3. 헤겔의 가족 개념(김대웅)
부록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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