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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17년 초봄. 아직 지난겨울의 찬 기운이 가시지 않았다. 움츠러든 몸만큼이나 마음도 긴장 상태였다. 상상 이상의 현실을 접하며 모두가 경악했고, 어떠한 형태로든 이를 치유할 변화는 필히 일어나야만 했다. 1960년대 대통령을 하야시켰던 혁명이 얼마나 격렬했는지 알지 못한다. 권력을 끌어 내리는 일은 고요할 수가 없다. 2017년 우린 다시 한 번 파문을 겪었다. <우리가 무관심할 때 괴물은 깨어난다>라는 긴 제목을 지닌 책 한 권은 그 무렵 탄생했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두가 숨죽여 기다리는 무언가를 조심스레 저자는 예측했다. 일부는 옳았고 일부는 그릇됐다.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흘러간 것도 하나 있었다. 어느 쪽이 됐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일은 전개됐다.   사실 나는 인터뷰 형태를 하고 있는 글을 잘 읽지 못한다.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건지 집중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제목에 혹해 구입한 이번 책을 펼치자마자 그래서 속으로 ‘아뿔싸’를 외치고야 말았다. 워낙에 엄중한(?) 사안을 담고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지승호라는 걸출한 인터뷰 전문가가 관여한 덕택인지 글은 우려를 민망하게 만들 정도로 술술 읽혔다.팟캐스트 청취는 한 번도 하지 않았으나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라는 프로그램명은 여러 차례 들었다. 방송은 2012년 시작된 이래 5년 간 매주 한 차례씩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2012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던 해이다. 경제를 살리겠다던 이명박 정권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었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다시 한 번 경제 부흥에 기대를 걸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박근혜 정권이었다. 적잖은 이들이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 때 팟캐스트 방송은 시작됐다. 아직 레임덕은 꿈도 못 꿀 시점이었는데 정권 한 번 바꿔보자는 목표로 방송을 시작하다니, 앞서도 너무 앞섰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가 바뀌었다. 종이신문은 과거와 같은 파급력을 지니지 못했고, 야심차게 출발한 종편 방송은 구색 맞추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이이제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저 암기하는 것에 불과했던 역사가, 내 삶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정치가 그렇게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방송을 듣지 않은 관계로 어떠한 내용들이 주로 다루어졌는지는 알지 못하나 책을 읽으며 무관심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실감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최순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최태민 일가는 박근혜는 대통령으로 내세우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그래야 자신의 지분을 확고히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정농단 사태가 표면으로 드러나기 전까지 최순실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엉뚱한 대상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고, 이는 한 때 급부상했던 진보 진영의 위축을 낳았다. 저자는 책을 쓸 무렵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그러면서 조심스레 문재인 이후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서 보이고 있는 치열한 공격을 경계하며 박원순, 이재명, 안희정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의견 중 일부는 옳았고 일부는 글렀다. 문재인은 대통령이 되었고 아직까지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 중이다. 문재인 정권의 뒤를 누가 이어받느냐는 문재인 정권이 어떠한 모습을 보이느냐에 달렸다. 만일 그가 전 정권의 부정과 비리를 성공적으로 단죄한다면 거꾸로 움직이던 시계 바늘을 바로 돌리는 게 가능할 것이다. 저자는 안희정이 괴물임을 이때까지 알지 못했던 듯하다. 아니, 이는 모두에게 해당할 수도 있다. 곳곳에서 “미투” 외침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던 무렵까지도 안희정을 의심했던 이는 별로 없었으니까.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겉으로 드러날지 않은 괴물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지도 모르겠다. 천사의, 개혁적 이미지를 지닌 지도자의 탈을 쓴 채로.   요순시대에는 누가 임금인지 백성들이 알지 못했단 이야기가 있다. 굳이 정치에 관심을 지니지 않아도 되는 시대야말로 태평성대가 아니겠느냐는 말을 들으며 오래 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정치에의 무관심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지난 몇 년 동안 뼈저리게 배웠다. 정치는 정치인들만의 몫이라는 식의 사고로부터 벗어나 내 삶도 실은 정치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그래야지만 괴물의 태동을 막을 수 있다. 그렇게 해야 우리 자신이 괴물이 되는 역사를 쓰지 않을 수 있다. 

팟캐스트 이이제이는 끝났다, 그러나 다운로드는 계속된다! 2017년 2월 25일, 팟캐스트 이이제이는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방송이 끝난 이후에도 다운로드는 계속된다! 누적 다운로드 횟수는 2억 회를 돌파한 지 오래다. 이이제이가 우리 사회에 미친 파장은 무엇일까? 이이제이는 정치에 무관심했던, 혹은 별 생각 없이 투표장에 갔던 우리들에게 정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역사의식을 심어줬으며 올바른 판단의 근거를 제시했다. 이박사, 세작과 함께 5년 동안 이이제이를 이끌어왔던 이작가. 그가 방송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대한민국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 작가에게 털어놓았다. 자칭 정치 신동 이작가가 바라본 냉혹한 정치세계, 질곡의 현대사, 지난 5년간 팟캐스트 이이제이를 힘겹게 꾸려온 뒷이야기… 이 책은 무엇보다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안철수 등 유력 대선 후보, 손석희, 유시민, 김어준 등에 대해서 촌철살인의 인물평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한국 정치의 여러 모순과 문제점의 본질을 꿰뚫고 단순 명쾌하게 해법을 제시한다.

1장. 이이제이는 끝났다, 그러나
박수칠 때 떠나는 게 맞다
아이폰? 스티브 잡스? 꿈도 꾸지 마라
시스템을 바꾸면 제2의 박근혜는 없을까?
종편의 미래? 스스로 만든 덫에 걸렸어!
팟캐스트, 종편과 맞장 뜨다
현대사를 제대로 알면 절대 1번 못 찍는다
이이제이는 끝났지만 다운로드는 계속된다
안동이 배출한 정치 신동
이이제이 시즌 2 가능할까?
이름 없이 스러져간 독립운동가들을 위해
역사의 즐거움은 디테일에 숨어 있다
이박사 그리고 세작

2장. 정치 오타쿠의 정치 과외
유권자 중심의 정치, 그게 진짜 민주주의다
중도보수는 신기루일 뿐이다
안희정의 딜레마
문재인의 딜레마
내부전쟁 : 안희정, 이재명, 박원순을 지켜라
정치인 팬덤의 진화 : 문팬 VS 손가혁 VS 아나요
박원순의 결정적 실수
이재명의 돌파구는 없는가?
반기문은 어떻게 쪼그라들었는가?
칼은 칼집에 있을 더 위력적이다
포스트 심상정/노회찬은 없는가?
추억을 파는 정치는 끝나야 한다
이번 정권은 닥치고 개혁!
전라도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아직도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
진보 매체도 종편에 진출하라
순실의 시대와 공범들
정치? 매우 부지런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
이작가의 정체성 : 이념은 진보, 생활은 보수
자기 객관화 VS 자기 합리화
문재인과 이재명 사이에서
김영삼과 김대중의 정치 DNA
2017 대선의 시대정신
나는 이동형이다

3장. 우리가 무관심할 때 괴물은 깨어난다
기회주의자들을 위한 데스 노트
끝나지 않은 역사, 친일의 후예들
사드 배치 배후에는 최순실이 있다?
재벌들의 오너 리스크가 비극의 씨앗
권력의 정점에는 삼성이 있는가?
1987년과 2017년
파퓰리즘? 대중영합주의가 나쁘다고?
마키아벨리즘도 필요하다
정치는 우리 삶의 일부니까
정치인들의 연공서열부터 타파하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법과 원칙
주요 정치인 30자평
최순실과 그의 일당들
한국 현대사의 결정적 장면

에필로그. 못 다한 이야기
정치에 무관심한 건 쿨 한 게 아니야!
작가로서의 모순된 삶이 슬프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기다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