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여간 서희 년은 만만한 계집애가 아니니 그 사람들과는…… 아무래도 상사람 경우하곤 달라서 그것이 나중에 무슨 화근이 되어 돌아올지 모를 일 아니곘소? 어차피 토지는 모두 우리 앞으로 넘겨놓았으니.""그러니 어쩌시겠다는 겁니까.""역시 병수하고 혼인시키는 그 이상의 상책은 없소."(중략)"이제는 사정이 달라졌소. 서희 년도 꼼짝할 수 없게 됐단 말이요. 말하자면 자승자박한 셈이지. 나는 모르는 척할 터이니 부인이 서희를 달래시오. 그냥 달래는 게 아니라 왜병들이 벼르고 있다는 협박을 하면서요. 사실 서희년을 어떻게 한다는 건 아까 내가 말한 여러 가지 이유 말고도 난처하기 짝이 없는 일이오. 아무리 그 사람들하고 친하기로 잡아가시오, 죽이소 한다면 그 사람들 앞에 내 체면이 말이 아니지요. 하니." - 본문 중에서 서희에게 돌아가야 할 토지는 빼앗겼다. 그 빼앗긴 토지를 다시 어떻게 찾을까. 그런 궁리 자체를 차단하기 위한 음험한 세력들은 서희를 묶어놓을 방도를 구상한다. 토지를 제대로 읽기 시작한지 두어달이 된 것 같다. 어느 덧 4권째. 서희의 행보가 전면에 등장하기 일보 직전인 듯 하다. 토지는 기나긴 소설인 만큼, 내용의 전개가 휙휙 빠르게 지나가진 않는다. 대하소설의 특징일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한다. 뭔가, 일반소설하고는 확실히 다르다. 문체도 전혀 다르고, 내용전개도 전혀 다르다. 토지에서만 볼 수 있는 색다름. 그 색다름은 토지란 제목답게 확싷한 듯 불확실한 갈색톤이다. 토지를 읽어가는 시간들은, 색다른 의미를 더해가는 시간이다. 서희는 빼앗긴 토지를 자신에게로 다시 돌려놓을 수 있을까. 혹시, 그것은 서희라는 인물의 또다른 욕심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토지에서의 악역은 악역같지 않은 어딘가 모난 인물에 불과해 보이기에, 토지를 읽는 시간은 그 처절한 내용과는 다르게 오히려 평온함이 함께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부끄럽지 않은 토지를 읽은 날이다.
박경리 토지 , 그 거대한 서사의 결정판을 만난다! 박경리의 펜 끝에서 태어난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 아름답고 생생한 언어.동학농민혁명의 불길이 일렁였던 1897년부터 1945년 해방까지 격동의 반세기,백정에서 양반까지 온갖 군상들이 보여주는 참다운 삶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번 마로니에북스판 토지 는 토지 출간 이후 43년 동안 연재와 출판을 거듭하며 와전되거나 훼손되었던 작가의 원래 의도를 복원한 판본이란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박경리는 토지 의 작가로 불린다. 토지 는 한국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토지 는 1969년에서 1994년까지 26년 동안 집필되었으며, 그 크기만 해도 200자 원고지 4만여 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에 이르기까지의 무수한 역사적 사건과 민중들의 삶이 고스란히 토지 에 담겨 있다. 토지 는 한마디로 소설로 쓴 한국근대사 라 할 수 있다. 토지 에는 평사리의 대지주인 최참판댁의 흥망성쇠를 중심으로 동학혁명, 식민지시대, 해방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한 많은 근현대사가 폭넓게 그려져 있다. 당시 사회의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인물들과 반세기에 걸친 장대한 서사, 그리고 참다운 삶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등은 작가의 생생하고 아름다운 문체를 만나 한국문학에 큰 획을 그은 토지 로 태어났다. 국내를 넘어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국외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는 토지 에 대한 재조명은 당연히 예정되어 있던 수순이라 하겠다.
제 4 편 역병과 흉년
16장 정이 지나쳐도 미치는가
17장 어리석은 반골(反骨)과 사악한 이성(理性)
18장 당랑거철(螳螂拒轍) 격이라 하더니
19장 주석(酒席) 풍경
20장 떠나는 사람들
제 5 편 떠나는 자(者), 남는 자(者)
1장 황천의 삼도천(三途川)
2장 꽃신
3장 농발 없는 장롱
4장 난행(亂行)
5장 과객
6장 을사보호조약
7장 음지(陰地)에서 햇빛
8장 봄풀과 겨울나무
9장 걸인(乞人)이 전한 말
10장 왕시(往時)의 동학 장수(東學將帥)
11장 대면(對面)
12장 오막살이의 소리꾼
13장 밤에 우는 여자
14장 돌아온 윤보
15장 의거
16장 악(惡)은 악(惡)을 기피한다
17장 가냘픈 희망이 그네를 뛴다
18장 고국산천을 버리는 사람들